나이가 한 살 한 살 들면서 생일이라는게 참 무덤덤해진다.
누군가가 축하한다고 말을 하면 좀 어색할 만큼.
병원에서 챙겨주는 기프트카드를 받고, 울쌤들이 십시일반 챙겨주는 축하금을 받고.
다른 사람들이 챙겨주는 이런저런 선물들을 받고.
좋지만 뭔가 미안하기도 한 감정들.
생일은 목요일이었는데 오늘 택배가 왔다.
호주에 있는 정은이가 보내서 해외로 배송이 안 되는 물건을 나에게 다시 보내달라고 보낸 건 줄 알았는데 생일선물이란다.
난 멀리 있다는 핑계로 말로만 축하하고 말았는데.
뽁뽁이에 꽁꽁 싸져있던 이것.
하나는 알겠는데 녹색컵은 용도를 모르겠어서 찾아봤다.
넌 어떻게 써야해??
다른 사람들은 팥빙수 담고 그랬던데.
이건 보자마자 맥주컵 해야지. 그랬다.
술꾼.
맥주 4병에 만취해서 길에서 자는 술꾼
멀리 있는데도 챙겨준 우리 김양.
먼 호주에서 혼자 쌍둥이 키우느라 힘들텐데 이런 것도 챙겨줘서 좀 감동받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떠준 도깨비 모자 쓴 둥이.
난 정은이 닮아서 머리 큰 줄 알고 떴는데 모자가 너무 커서 당황스럽다.
아. 애교쟁이 여진이 보고싶다.
싱글싱글 잘 웃던 우리 여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