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네이버에서 음감회를 했다.
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수영하다가 수업도 안 끝났는데 뛰쳐나오고 노트북까지 챙겨갔는데...
결론은 생방으로 못 들었다.
망할 3G.
그래서 재방으로....
난 희열님은 정을 담뿍 담아서 지인들을 까거나, 우리를 놀릴 때 그렇게 좋다.
몸 크다고, 발 340 이라고 맨날 놀리고, 적님 역도산 닮았다고 하시더니 이제는 페루가수라고 하고.
나는 라디오 천국은 듣지 않았다.
왜냐하면 먹고 살아야하니까.
10시면 엄청 졸려하는 내가 12시에 하는 프로그램을 듣는 건 거의 불가능.
그래서 라천과의 추억은 없지만.
예의상 마지막 방송은 들었다. 그리고 울었다.
"철들지 말아요. 철들면 재미없으니까."
이 말에 울컥.
항상 어른스러워야지. 언제 철들래? 하는 말만 듣고 자랐는데...
이렇게 우리를 이해해주고 알아주는 건 오빠 밖에 없다.
어제 잠드려고 침대에 누운 룸메를 배려해서 불을 끄고 엎드려 노트북으로 오빠를 보는데 갑자기 좀 눈물이 났다.
처음 오빠를 좋아하고 고등학교 때 모두 잠든 밤에 오디오가 있는 방에서 무릎을 끌어앉고 들었던 오빠의 목소리.
가족들 깰까봐 불도 못 켜고, 소리내서 웃지도 울지도 못 하고 숨죽여서 듣던 그때.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하고 있을 때 난 참 힘들었다.
처음 하는 직장 생활에 어설픈 처세에.... 그래서 매일 울고, 좀 죽고 싶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때 오빠의 올 댓 뮤직이 나에게는 활력이었다.
12시면 MP3의 녹음 버튼을 누르고 취침예약을 해두고 잤었다.
아침에 출근길에 듣는 전날의 라디오.
난 그 사람 많은 버스에서 웃고 울고 했었다.
그리고 처음 오빠가 "민영아~" 라고 불러줬을 때 너무 좋아서 방바닥을 막 굴렀다.
라디오로 오빠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때의 내가 생각난다.
십대의 나, 이십대의 나.
어제 음감회를 보면서 친구랑 문자를 주고 받으며 행복해했다.
라디오로 오빠를 만나면 그냥 우린 17살의 내가 되는 것 같아.
그랬더니 친구도 그렇다며. 그래서 행복하다고 했다.
오빠를 떠올리면 나는 추억이 더 많지만... 오빠가 추억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음악을 현재도 들려주는 좋은 뮤지션, 우리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멋진 DJ유, 그리고 잘 생긴 아이돌의 임금님으로 계속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
오빠 라디오로 돌아와요.
이제 먹고 사는 일에 오빠를 밀어놓지 않을게요.
(마지막 사진을 뺀 윗사진들은 다방민 김미성님의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