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현쌤이랑 용쌤이 오랜만에 산에 간다는 말에 나도 따라나섰다.
대흥사 일지암!!
항상 대흥사까지만 가보고 대흥사 뒤로 난 길은 가볼 생각을 안 했는데 드디어 처음 그 선을 넘어선 날.
태풍의 영향으로 해남은 정말 난리가 났었다.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어서 구체적인 피해는 모르겠지만 비바람 소리는 정말 무서워서 새벽을 잠을 설칠 정도.
하지만 그 영향으로 계곡엔 물이 넘쳐나서 걷는 내내 좋았다.
좀 거세지만 쉴새없이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에.
인스타그램에는 동양상으로 올렸는데 사람들 반응 좋아서 더욱 좋았음.ㅋ
보통 대흥사를 가려면 두가지 방법이 있다.
걷거나 타거나.
난 이 길을 참 좋아해서 매표소 앞에 차를 세워두고 거의 걸어간다.
꽤 먼 길이지만 나무들이 정말 예쁘다.
충분히 걸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길.
하지만 오늘은 그 길을 두고 산 속(?)의 산책로로 걸었다.
나무 사이로 걸으니 기분이 또 색다르고, 계곡 물소리가 더 잘 들려서 좋았다.
산책로를 빠져나와 정상적인 길로.
하늘에 떠있는 반달이 나무에 걸린게 예뻐서 찍은 사진.
멀리 보이는 대흥사 명물인 누워계시는 부처님.
입구에서 이렇게 보고 정말 저 모습을 보는 자리로 가니 그 사이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여름의 날씨는 너무 변덕스럽다.
대흥사 안의 정경.
여러번 와본 곳이라서 대웅전이나 천불전은 과감히 건너뛰고 바로 일지암으로.
대흥사 산책로같은 길을 한 5분정도 걷고 갑자기 난코스!!
사진은 안 찍었는데 포장된 엄청난 오르막길을 한 15분 정도? 올라야한다.
정말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올라와서 본 이 장면에 "아~ 다행이다. 포기 안 해서." 이 말이 절로 나왔다.
원래 사진을 못 찍고, 핸드폰 카메라라서 잘 살릴 수 없었지만 정말 풍경이 예뻤다.
산은 힘들게 오르면 그만한 보상을 준다.
그걸 이제야 알다니!!!
너무 힘들어서 일지암에 대한 설명을 대충 읽었는데...
초선대사께서 차와 관련된 뭘 하셨던 곳인 것 같다.
검색해보면 알텐데 그것도 귀찮음.
근데 진짜 아기자기 예쁜 암자다.
가서 보니 템플스테이처럼 머무를 수도 있는 듯 하다.
한사람이 머무를 만한 크기의 집(?)이 있고, 옆엔 연못과 이렇게 차를 마실 공간이 있다.
이게 이름이 뭘까?
다과와 관련된 무엇도 하는 모양인지 잘 차려진 찻상(?)이 있고, 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하는 소리도 들렸다.
귀여운 싸리문과 초가집.
딱 한 사람이 머무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방 하나만 있던 집.
아무리 여름이어도 산의 밤은 춥고 습하니 밤을 위해서인지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었다.
오랜만에 맡은 나무의 그을음 냄새가 좋고, 저 굴뚝이 신기해서 한참을 앞에 서있었다.
약수를 받으려는 용도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초가집 뒤에 있던 귀여운 약수터.
바가지도 있었는데 고여있는 물은 더럽고 돌절구 안에는 물이 너무 가득차서 흐르는 물을 바가지에 받을 수는 없어서 마시는 것은 포기.
뒤에 숨겨져있던 아궁이.
예쁘게 지던 해.
어떤 것도 자연의 아름다움은 이길 수 없다.
처마와 처마에 달린 등과 함께 보이는 경치가 예뻐서 사진을 찍는데 용썜이 저기 앉아서 안 비켜줌.
다 찍으니 일어나는 센스쟁이.
아마 저기서 사진이 찍고 싶었나보다.
찍힌 결과물에 몹시 만족해하며 바로 카스에 올림.ㅋ
내려올 때는 해가 점점 져서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로.
해남에서 제일 유명한 유선관.
예전에 처음 해남에 왔을 때 술 마시러 간 적이 있는데 아저씨 너무 불친절 하셔서 엄청 놀랐었다.
근데 해남의 어디도 보통 그런 정도의 친절도를 가지고 있어서 이제는 무덤덤.
사진만 찍거나 구경만 하면 조금 싫어하시며 나가달라고 요구할 때도 있다.
지금은 유명해져서 모르겠는데 내가 처음 갔을 때는 그랬다.
그래서 몰래 뒷모습을....
예전에는 가로등이 없어서 밤에는 절대 걸을 수 없던 길.
근데 관광객도 많이 오고 야영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가로등이 놓여있더군.
그래서 덕분에 해가 다 졌는데도 편하게 내려왔다.
가로등과 나무와 길의 곡선이 참 예뻐서 찍었는데 안 나옴.
역시 사람의 눈이 보배.
내려오는데 여름 휴가의 절정이어서 그런지 야영 온 가족들의 텐트가 진짜 많이 보였다.
엄청 부러웠다.
내일 출근 안 해도 되는 저 사람들이.
아무튼 오랜만에 엄청난 땀을 쏟아내고 산책을 해서 개운한 하루의 마침.
그래도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
원래 씻고 바로 자려고 했는데, 희열봇 방송한다는 말에 방송 들으며 하는 포스팅.
그리고 오늘 산책의 결론은 카메라를 사야겠다고 마무리 지으며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