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낮잠으로 잠이 오지 않아서 핸드폰으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예전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을 봤다.
비공개로 해두고 나만 보는 글들.
몇 개 없지만 그냥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내 이야기들.
그 중 대부분은 아빠 이야기다.
아빠이야기는 부끄럽기 보다는 언니가 혹시 볼까 싶어서 비공개로 해두었었다.
긴 시간이 지나도 우리들에게 아빠는 아직도 아픔이니까.
이번에 거제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도 마지막날 밤 횟집에서 떠들썩하게 웃고 떠들며 회를 먹다가,
동생의 한 마디에 모두 울어버렸다.
"엄마도 아빠가 많이 생각나나봐. 같이 계셨으면 좋았을텐데..."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을 하지만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이야기.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일들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색과 모양을 달리하며 여전히 아픈 일들도 있다.
처음 아빠의 부재를 느꼈을 때는 그저 부재의 슬픔이었던 것 같다.
모르겠다. 12살짜리 아이가 뭘 알았을까?
그저 아빠를 만지고 볼 수 없다는 슬픔만 온통 지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나눌 수 없는 슬픔이 온 마음을 지배한다.
조카들이 커가면서 주는 행복,
내가 사회인이 되면서 아빠에게 해줄 수 있는 일들.
매일 매일 일상에서 오는 소소한 기쁨과 행복들을 아빠와 나눌 수 없다는 건 정말 상상이상으로 끔찍하다.
행복한 순간에 나는 제일 슬프다.
가족들이 다 모여 웃고 떠들며 여행을 즐거워하면 아빠가 더욱 생각난다.
조카들이 말도 안 되는 말로 온 집안이 떠나가게 웃음을 만들어내면 난 더욱 아빠가 생각난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일 중 가장 가치있는 일은 지켜봐주는 것 같다.
자라나는 것을 지켜봐주고,
실수하는 것을 지켜봐주고,
무언가를 해내는 모습을 지켜봐주고...
지켜봐주지 않고 떠난 아빠를 원망한 적은 없다.
누구보다 우리와 함께 하며 그 수많은 시간을 나누고 싶은 사람은 아빠였을테니까.
항상 같이 있지만 또 같이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아빠일테니까.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고통이나 슬픔이 아니라 좋은 추억이길 바랐던 시간이 있지만...
그건 나이가 들면서 더욱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아빠를 생각하는 일은 이제 행복한 추억마저도 아픔으로 다가오니까.
그 짧은 시간 우리에게 사랑을 주려고 너무나 많은 걸 주고간 아빠.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이 밤에 왜 난 이 글을 쓰고 있을까?
그냥 요즘 아빠가 더 많이 보고싶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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