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엄마엄마엄마

뚜부얌 2014. 7. 10. 19:57

 

모녀 관계는 어쩔 수 없다.

그냥 애증.

 

뭐든 허허 웃으시고 다 좋다고 하시는 아빠 덕분에 엄마는 무서웠다.

정말 정말 무서웠다.

 

예전에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

엄마가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반항하기 시작했다는 주인공의 이야기.

 

나도 그 부분을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엄마에게 딱히 정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고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무서워야만 했던 엄마.

엄마가 아닌 여자로의 엄마의 삶.

 

그리고 난 엄마의 인생이 슬펐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엄마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딸로 살갑지는 않아도 같은 여자로 엄마에게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보상.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엄마에게 여행을 선물한다.

한 번은 나와. 한 번은 엄마의 친구나 동네 아줌마들과.

 

점점 잘 걷지 못 하는 엄마를 보며 이제 가까운 일본도 힘들구나 싶어서 좀 슬프다.

떨어져있으면 이렇게 애뜻한데.... 만나면 짜증만 내는 나.

 

재작년 크리스마스에 급하게 예약해서 떠난 후쿠오카.

자유여행은 처음이었고, 엄마랑 다니느라 너무 신경이 곤두서서 내내 짜증만 내서 지금까지 마음에 걸린 여행.


유후인 가는 기차 안에서 엄마랑 나.

등산화를 신고 힘들어 하는 엄마를 데리고 ABC 마트에 가서 운동화를 샀다.

내가 신은 건 엄마가 생일 선물로 사줬던 운동화.

 

기모노 입고 신난 엄마랑 나.

일본 가면 온천 3번은 해야한다며 시간만 나면 힘들어하는 엄마 데리고 온천을 했다.

심장이 그리 좋지 않은 엄마여서 오래는 못 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온천을 꽤 좋아하신다.


작년 내 생일에 나주에서 엄마랑.

해남으로 내려오고는 생일상은 못 받지만 꼭 나주로 가서 엄마를 본다.

육남매 중 내가 제일 컸고, 제일 힘들었다고 말하는 엄마.

그래서 밥은 내가 산다.

여기 찹스테이크 맛있다고 많이 흡족해하시는 엄마.


나이가 30대 중반인데도 엄마에게 나는 아직도 어린 막내딸.

기숙사에서 사니 실내건조만 했더니 수건에서 냄새난다고 했더니 주기적으로 가져가서 삶아서 가져다 주신다.

막 가지고온 날 수건에서 나는 햇빛 냄새 빨래 비누 냄새가 참 좋아서 내내 킁킁거린다.


주말 당직이면 거의 밥을 먹지 않는 나를 알아서 엄마는 도시락을 가끔 싸온다.

보통은 좋아하는 반찬 몇 개를 가져다 주시는데...

한 번은 그냥 닭백숙 먹고싶다고 했더니 닭백숙을 해온 적도 있고...

하지만 보통은 그냥 도시락.

내가 좋아하는 시골밥상에 오를 법한 반찬들.

 

주말에 집에 갔을 때 수박 노래를 불렀는데... 이상하게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못 먹고 왔더니.

그 다음 주 주말당직에 엄마가 수박 반 통을 잘라서 통에 담아왔다.

하나는 나눠먹고 하나는 기숙사 가져가서 먹으라고....

 

이런거 볼 때만 엄마에게 애뜻해지는 못된 딸.

 

그냥 어느 분 블로그 보다가 엄마 생각나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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